채식주의자-한강 : 찜찜한 소설


연작소설의 뜻을 몰라서 이 책에 3가지 단편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읽다보니 3가지 단편이 아니라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영혜를 보는 3인의 시선이 각각 단편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연결되어있다.

1부의 '채식주의자'는 남편의 시점에서 본 영혜의 이야기이다. 아내는 기괴한 꿈을 꾼 후 채식주의자 선언을 했다. 고기를 안먹을 뿐 아니라 꿈의 영향인지 정신도 이상해보인다. 장인,장모가 이 사실을 알고 집들이겸 왔다가 영혜의 팔을 구속하고 억지로 고기를 먹이는 장면이 있다.

뭐야 이건...이라는 황당함이 들었다. 아니 보통 고기 안먹는다고 자식이라지만 다 큰 어른인데 저렇게 입에 쑤셔넣나? 어이없기도하고 불쾌했다.

결국 마지막에 제대로 미친장면을 보여주며 1부 채식주의자가 끝났다. 채식주의자를 읽고 느낀점은 '짧지만 강렬하다' 였다. 사람이 미치는 과정(?)을 잔잔하고 강렬하게 보여준다.

짧은 내용이고 충격적이었지만 오픈 결말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다음 내용이 없다는게 아쉬웠다. 그렇게 책을 덮어두고 며칠뒤 2부 몽고반점을 읽기 시작했다. 읽다가 알았다. 이게 이어진 이야기라는걸...ㅎㅎ

2부 몽고반점은 영혜의 언니의 남편. 그러니깐 형부의 시점에서 본 영혜와 형부의 이야기이다.

영상미술과 관련된 일을 하는 형부는 어느날 우연히 어린아들의 몽고반점에 대해 아내와 이야기하다가 처제(영혜)의 엉덩이에 아직도 몽고반점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예술작품에 대한 영감과 함께 영혜에게 욕망을 느낀다.

비슷한 예술작품을 찾아봐도 자신이 생각했던 그 작품에 근접하지 못한다. 그 부족함을 채울수 있는 방법은 영감을 떠오르게한 장본인을 직접 누드모델로 작업시키는 것 뿐이다. 그리고 그 상대는...자신이면 좋겠다.

진정한 예술때문인지 자신의 욕망때문인지 결국 영혜와 관계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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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채식주의자로 끝났다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 왔을 것이다. 그런데 2부는 너무 막장전개라서 찜찜하고 불쾌하다.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에게 상식이하의 행위를 시키고 예술이라고 포장한다. 정신이 멀쩡했다면 그런 제안조차 안했겠지.


3부 나무 불꽃은 영혜의 언니 인혜의 이야기이다.
1,2부의 시간이 후의 이야기라서 영혜는 정신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가족들 모두 이런 영혜를 버린거나 마찬가지인데 인혜만이 끝까지 돌본다.

점점 말라가고 심해져가는 영혜를 보며 인혜는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한다. 어릴때 권위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어린 영혜가 가장 힘들었을거다. 어린시절 둘이 산에서 길을 잃어서 집으로 되돌아가자고 했더니 어린 영혜는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냐고 묻는다.

결국 돌아가긴 했지만 그 장면에서 영혜가 얼마나 마음속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는지 알수 있다.

1부에서 영혜의 입에 억지로 고기를 쑤셔넣는 아버지의 장면을 보면 그게 황당한 장면이 아니라 실제 영혜의 아버지 성격이 나오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저런 부모의 밑에서 자랐고 마음속 트라우마를 떨쳐버리지 못한채 자라왔고 결국 터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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