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에세이] 때때로 괜찮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어 : 여행의 이유

직전에 너무 두껍고 어려운 소설책을 읽었더니 머리가 아파서 이번엔 조금 가벼운 책을 읽고 싶었다. 눈으로 읽는 것도 피로도가 쌓여서 전자도서관에서 전자책을 빌려서 이어폰을 끼고 들었다.

가볍게 쉬어가는 느낌으로 읽기(듣기) 시작한 책인데, 마치 내가 작가옆에서 같이 여행을 다니고 있는 것처럼 작가가 경험한 이야기들이 귀에 쏙쏙 들어와서 힐링이 됐다.

때때로 괜찮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어 / 여행자 MAY

300일간 30개국 60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작가가 여행지에서 느꼈던,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감상을 쓴 여행책이다.

여행지 관광의 후기보다는 에세이 같은 글이라서 더 술술 읽혔고, 여행을 하면서 깨달을 수 있는 교훈을 책으로나마 느낄수 있어서 좋았다.

 

전자책으로 듣다가 내용이 너무 좋은 것 같아서 종이책으로 다시 읽기 시작했다.

(전자책으로 들으니 솔솔 잠이 잘 와서.... ㅎㅎㅎ)

 

책 표지 디자인이 정말 이쁘다. 여행하면서 직접 찍은 사진들 같은데, 사진작가인가 할 정도로 여행사진들이 따뜻한 느낌이 난다.

 

   기억에 남는 문장 몇가지 

나는 깨달았다. 결국 일상을 살아내는 나에게 필요한 것은 지구 반대편 어딘가가 아닌, 그저 그 행복을 알아차릴 수 있는 눈과 마음이었다는 사실을.

누군가 '여행이 주는 장점'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여행은 사람을 단단해지게 만들어"

사실이다. 특히 혼자 여행을 하다보면 수많은 사건 사고를 마주하게 되고 그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내야만 한다. 대체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서 말이다.

그렇게 하루에도 몇번씩 낯선 말, 낯선 이, 낯선 사고와 맞닥뜨리고 그것이 일주일, 한달, 혹은 그 이상이 되면 어느새 어떤 사건사고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나를 느끼게 된다.

그만큼 단단해졌다는 이야기 일테지

 

하지만 그와 반대로 중간중간 위험한 생각이 머릿속을 찾아왔다.

'얼어죽어도 상관없으니 이 눈밭에서 누워 잠들고 싶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또한 고산병 증세라 한다.

버틸 수 없는 몸과 포기할 수 없는 마음, 그 둘은 내 머릿속에서 참으로 치열하게도 싸웠다.

 

생각해 보면 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에도 '도전이라는 이름의 오기'를 부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그때마다 나는 보란듯이 해내곤 했다. 잘했다는 뜻이 아니라, 그냥 성격이 그렇다는 말이다.

뭐든 포기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어떻게든 붙잡아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그게 내 정신을 좀 먹을지라도 말이다.

 

문득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보겠다며, 내가 그리워하는 그곳으로 조금이라도 더 늦게 가겠다며 굳이 이곳에서 꾸역꾸역 고생하고 있는 내 모습에 회의감이 들었다.

결국 내가 얻은 것은 우울함이고, 그 마음을 달래줄 것은 이 국밥 한그릇인데 말이다. 어쩌면 진짜 행복은 나의 집에, 그리고 그 근처 곳곳에 걸려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대체 무엇을 찾겠다고 이곳을 헤매고 있는 걸까.

 

문득 동화 「파랑새」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아니 저것이 우리가 찾아 헤매던 파랑새로구나!

우리는 멀리가서 찾았는데, 사실은 언제나 가까운 여기에 있었구나!

 - 모리스 마테를리스, 「파랑새」 중에서

 

남매는 기나긴 여행 꿈에서 깨어나 그들이 찾던 파랑새가 실은 집 새장 안에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만약 어린 남매가 길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파랑새가 그들의 집 새장에 있다는 것을 영영 발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의 소중함을 느끼기 위해 계속해서 떠나는 지도 모르겠다.

지구 반대편에서 먹는 국밥 한 그 릇에 내가 떠나온 일상이, 그리고 나의 기대들이 얼마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지 여실히 느끼고 있듯 말이다.

마지막 문장에서 <여행의 이유>에 대해 깨달았다.

여행이 힐링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면서 자신감을 쌓을 수도 있지만 가장 마음 깊이 느끼는건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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