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 김민섭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 309동 1201호(김민섭)

이 책에는 저자이름이 '309동 1201호'로만 나와있다. '지방시'는 작가가 대학원생으로서 겪어야했던 대학 제도의 불합리한 대우가 적나라하게 기록되어있다. 때문에 특정학교의 내부고발 비슷한 것이 되어 실명 노출을 꺼린 것 같다.

'지방시' 책이 유명해지고, 이름이 알려진 후에는 결국 박사학위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굉장히 쉽게 읽히는 책이었고 씁쓸한 현실을 담아낸 내용이었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다보면 저자를 응원하게 된다. 이렇게 힘들게 노력하며 살았으니 더 잘되고 성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인터뷰 中>

◇ 정관용> 박사학위도 취득 안 하실 거예요, 그러면?
◆ 309동 1201호> 사실 박사 논문을 절반 정도 쓴 상태인데. 제가 연구실 짐을 빼러가는 날 동생이 전화가 왔어요. 그래서 동생이 한 말이 뭐하는 거냐. 시간과 돈과 학위가 아깝지 않느냐라고 했는데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아깝지가 않다. 나는 그 동안 대학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그렇지가 않더라. ... ... 내 주변에 가장 가까운 곳에 인문학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 ... 그러니까 대학교 바깥에서도 하기가 가능하다. 상상을 하게 됐습니다. 

 

 

인문학 전공의 저자가 대학원생이 되면서 부모님의 최소한의 지원으로 대학원생활을 시작한다.

5~600만원이 되는 대학원 학비를 위해 조교/연구생 활동과 대학원 공부를 동시에 하지만 최저시급도 받지 못하고 언제든 담당 교수의 호출을 받고 달려갈 수 있는 대기조 생활이 계속된다.

연구소 조교 생활을 하면서 온갖 잡다한 일을 돕지만 교수는 그저 "연구소 잡일 돕는 아이입니다"라며 다른 사람에게 소개한다. 대학원생은 '연구소 조교'라는 소속감 조차 내 마음대로 가질 수 없는 대학의 노동자였다. 

수입은 적고, 노동강도는 높고, 또래 친구들이 직장생활을 하며 돈을 벌면서 점점 비교되는 삶에 친구들과도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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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히는 책이라서 흥미롭게 읽었지만 그 내용은 안타까웠다.

소설이 아니다. 작가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느낀 것을 적는 일기장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만약 나였다면 나 스스로가 비참한 생활을 했다는걸, 하고 있다는 걸 이렇게 적나라하게 적을 수 있었을까?

'비참한'이라는 단어는 좀 과한 것 같기도 한데, 이 책에서 그만큼 가난한 대학원생의 삶과 대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 같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대학교 시간강사와 맥도날드 알바를 병행하면서 지낼만큼 노력한다. 글을 읽는 독자로서 더 잘됐으면하고 응원하게 됐다.

 

기억에 남는 글이 하나 있다.

작가가 운동도 할 겸 동네에 있는 사회인 체육 동호회 가입했을때의 일이다.

나이트를 포함해 처음 두 번의 술자리는 U와 S가 나누어 냈다. 나는 세번째 술자리를 대접하고 싶어서 근처 치킨집에 자리를 만들고 지난번엔 사주셔서 정말 잘 먹었어요. 오늘은 제가 살게요. 했다. 그들은 아이고 고맙지, 라면서 좋게 술자리를 가졌다. 그런데 나가면서 계산을 하려고 보니 이미 U가 계산을 했다며 먼저 나와 있었다. 어 제가 산다니까 왜 그러셨어요 형님, 하니 아냐 뭘...... 하고 웃고 서로 헤어졌다. 그런데 네 번째 술자리에서 직장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하다가 내가 대학교에서 강의를 한다고 하니 U는 야 너는 뭘 가르치냐 혹시 뭐 공짜로 어디 가서 얻어먹고 그런 거 가르치냐, 라고 했다. 1년이 넘게 지난 일이지만 그 말이 아직도 토씨 그대로 머릿속을 맴돈다. 나는 화장실에 간다며 일어나서 술값을 계산했고, 한 번 더 술자리를 갖자고 해 먼저 계산하고 나왔다. 다음 날 단톡방에서 나오고, 그 뒤로 체육관에 가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사회인'의 리그에 발을 들인 것이, 용기가 아니라 무모함이었다. '사회인 동호회'라는 것은 애초에 성실한 '사회인'을 대상으로 한 모임이다. 내가 한 달에 얼마를 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 했을 때 그들이 보였던 그 불편함은, 결국 내가 그들의 거리에 어울리지 않는 반사회적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읽고 나도 사회인의 센스? 예절?을 모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든 직장인들에게 저런 센스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만약에 내가 저런 상황을 겪게 된다면 나도 작가와 똑같이 행동해서 당황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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