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줄거리 결말

  • 제주 4.3 사건이 글의 배경이다
  • 빨갱이를 소탕하기 위해 제주 민간인 약 3만명을 학살한 사건
  • 그 사건의 생존자이자, 희생자의 유족인 부모님에 대한 글이다

 

 

<작별하지 않는다> 줄거리

대학 졸업 후 잡지사에서 편집기자와 사진작가로 만난 경하와 인선은 친구가 되었다.

이후 경하는 작가가 되었고, 인선은 짧은 기록영화를 만드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었다. 

경하는 그 도시의 학살에 대한 책을 낸 이후 꿈을 꾼다.

 

얕은 산에서 벌판까지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마치 연령대를 나타내듯이 통나무 길이가 각각 달랐다. 무덤의 묘비처럼 보였다. 꿈속 경하의 발 밑으로 밀물이 들어왔다. 벌판에 깔린 무덤에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무덤 속 뼈들이 떠내려가진 않을까 걱정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경하는 이 꿈을 인선에게 이야기 하면서, 애도 형식의 기록영화를 만들자고 했다. 먹을 칠한 통나무 99개를 준비해서 들판에 심고, 흰 천이 내려오듯이 눈이 통나무를 덮어주는 장면을 말했다. 

인선은 그러자고 했고, 준비는 자신이 하겠다고 했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둘의 만남은 쉽지 않았다. '작별하지 않는다'라고 이름 붙인 프로젝트도 경하는 그냥 포기 하자고 했지만 인선은 계속 준비하고 있겠다는 말만 했다.

시간이 지나고 모든 게 다 흐지부지 될 무렵, 인선에게 연락이 왔다. 제주도 목공방에서 작업하다가 손가락이 절단된 것이다. 경하가 병원에 도착했을 땐 이미 봉합수술이 끝난 후였다.

인선이 경하를 부른 이유는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제주도 집을 며칠 비워서 앵무새 '아마'가 죽을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제주도로 내려가서 '아마'를 보살펴달라.

 

눈보라가 시작되고 비행기도 결항되는 날씨였지만 결항직전 마지막 비행기를 탄 경하는 제주도로 향했다.

우여곡절 끝에 눈보라를 뚫고 인선의 집에 도착했다.

 

앵무새 '아마'는 죽어있었다.

조금만 더 일찍 올 걸.

죄책감을 느끼며 경하는 '아마'를 잘 감싸 묻어주었다.

 

전기까지 끊겨 보일러 작동도 안 되는 추위 속에서 인선의 옷을 꺼내 입으며 잠든 경하는 다음날 눈을 뜬다.

새장 안에는 '아마'가 살아있었다.

인선은 아마의 '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인선에게 들은 적이 있다. 젊은 시절 엄마와 단둘이 제주도에서 지내는 삶이 지겨워서 가출했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고.

그날 바로 사고가 나서 병원에 실려왔을 때, 인선의 어머니는 인선을 제주도 집에서 봤다고 했다.

식탁 앞에 서 있던 인선은 배고픈 표정이었다. 어머니는 인선이 죽어서 그 혼이 나타난 거라고 생각했다. 죽을 끓여줬지만 귀신은 먹질 못하니 바라보기만 했다고.

 

그 이야기를 들은 기억을 떠올리며 앵무새 '아마'도 굶어 죽었으니 배고프지 않을까 싶어서 물과 먹이를 주었다

혼이라서 먹지 못하겠지만 혹시나 해서...

 

매우 잘 먹었다.

 

독자인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마가 죽은 게 아니라 경하가 죽은 건 아닐까 의심했다.

 

아마가 먹는 모습을 보자 배고픔이 느껴져 경하는 마당 건너편에 있는 인선의 목공방으로 갔다. 그곳에 따뜻한 난로가 있었던 게 기억이 났다. 목공방으로 들어가자 입구에서 실루엣이 나타났다. 인선이었다.

오른손은 봉합수술을 한 흔적이 없이 깨끗했다.

마치 경하가 오랜만에 찾아와 손님맞이를 하듯 인선은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고, 둘은 앉아서 대화를 시작했다.

 

인선의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였다.

인선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제주 4.3 사건의 생존자였다. 그리고 희생자의 유족이기도 했다.

 

빨갱이를 소탕하겠다며 제주 민간인 약 3만 명을 학살한 그 사건.

인선의 어머니는 그 사건이 일어나던 날 언니와 함께 당숙네 가 있었기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소식을 듣고 돌아와서 한 일은 벌판에 학살당한 수많은 사람들 중 가족을 찾는 일이었다. 시신이 되어 차가워진 어머니와 아버지를 찾았다.

막내 여동생은 총상을 입고, 집까지 기어와 마당에 쓰러져있었다.

다행히도 발이 빠른 오빠는 도망친 듯싶었으나, 이후 끌려갔던 곳에서 몇 번의 만남 이후 다른 곳으로 이송된 후 소식이 끊겼고 시신도 찾지 못했다.

 

인선의 아버지는 그 사건 당시 19살 장남이었다. 12살부터 젖먹이까지 여동생 셋과 남동생 하나가 있었다.

제주의 흉흉한 분위기 속에서, 무장대와 내통할 수 있다고 군경에게 의심받을 만한 나이의 남자는 맏아들뿐이어서 부모님은 장남만 동굴에 대피시켜 놓았다.

잠깐씩 집에 들러 밥을 먹고 돌아가려고 하던 그때 집들이 불타기 시작했고, 마을 사람들이 아이 여자 어른 할 것 없이 끌려가고 있는 걸 목격했다. 그 속에 동생 두 명도 보였다. 집으로 달려왔을 때, 아버지는 죽어있었다.

집집마다 인원을 대조해서 없는 사람은 숨기고 있다고 판단해 본보기로 처형한 것이다.

이후 일주일 만에 붙잡혀 목포항으로 실려가 수감된 장남은 15년 형을 살고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오자마자 그날의 사건을 목격한 마을 주민을 찾아서 물어봤다.

그날 모래밭에서 아이들을 봤느냐고.

혹시 갓난아기 울음소리도 들었느냐고.

바닷가에 떠밀려온 아기가 있었느냐고, 그날 아니라 담날이라도, 담달에라도.

 

그렇게 15년을 형무소에서 살고 온 장남에게 돌아온 건 가족들의 죽음뿐이었다.

 

이후 형무소로 끌려간 오빠를 찾는 정심(인선의 어머니)을 만나 뒤늦은 결혼을 하게 되고, 마흔둥이로 인선을 낳는다.

 

 

4년 동안 치매에 걸린 엄마를 간호사며 살면서 인선은 그날의 사건이 얼마나 엄마의 뇌리에 박혀있는지 알게 된다.

형무소에 간 이후로 소식이 끊긴 오빠의 흔적을 찾기 위해 관련 기록을 모아두고 유족의 모임에 참석한다.

 

 

그 후로는 엄마가 모은 자료가 없어. 삼십사 년 동안.
인선의 말을 나는 입속으로 되풀이한다. 삼십사 년.
...... 군부가 물러나고 민간인이 대통령이 될 때까지.

 

어린 시절, 십 대 초반에 그 사건을 겪고 나이가 들어 무릎이 아파서 걷기 힘든 그 순간에도 4.3 사건의 유족들과 유골이 발굴되는 현장을 찾아다녔다.

그 사건이 엄마의 일평생을 좌지우지한 것이다.

엄마의 죽음 이후, 인선은 아직 끝나지 않은 그날의 사건의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경하의 꿈 이야기를 듣고 '작별하지 않는다'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던 거였다.

제주 4.3 사건 생존자의 딸로서 그날의 사건을 애도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작별하지 않는다' 결말

길었던 이야기를 끝낸 어두운 밤.

인선은 경하에게 '우리 나무들을 심을 땅'을 보여주겠다며 이끌었다. 초 하나에 의지한 채 마당을 지나 담을 너머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경하는 만약 인선이 죽은 혼이라면 자신을 어디까지 데려가려 하는지 궁금했다.

숲을 지나 건천으로 가자 경하는 불안해하며 돌아가자, 다음에 오자고 말했지만 인선은 '다음이 없을 수도 있잖아'라며 계속 나아갔다.

인선이 고른 그 장소는 예전에 엄마와 자주 왔던 곳이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인선은 눈밭에 앉아 잠시 쉬어가자고 했다.

불이 꺼지면 인선이 사라질까 봐 경하는 급하게 성냥불을 켰다. 

그녀가 사라진다면, 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 병원에서 깨어나기를 바라며.

 

인선이 병원에서 죽고 혼으로 나타난건지, 아니면 예전 가출했을때처럼 죽음의 위기까지 가서 혼이 잠깐 나온건지,

아니면 경하가 인선의 집에 온 첫날 추위에 죽었던건지,

그저 경하가 인선의 환상을 본 것인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결말까지 다 읽다보면 환상인지 죽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된다. 그저 그날의 사건을 인하와 경하의 대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어서 둘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 같다. 비록 환상일지라도, 죽음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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