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고래(천명관) : 그것은 OO의 법칙이었다.

소설 고래 _ 천명관 장편소설

제10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

"세 여인의 기구한 삶을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펼쳐낸 소설"

 

50편 이상되는 장편 대하드라마를 본 것 같다. 

보통의 픽션들은 사건 위주로 스토리가 나오기 때문에 소설이 완결된 후에도 이야기 속에서 빠져나오기 쉬운데, 소설 '고래'는 주인공의 일생을 보여줘서 좀 더 오랫동안 소설 속에 머무른 것 같고, 그들과 같이 소설 속에서 살다 나온 것 같다.

마치 긴 꿈을 꾸고 깨어난 기분이다.

이 소설이랑 비슷한 느낌을 받은 영화가 두 편 있다.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

- 마지막 황제

두 영화 모두 주인공 어린시절부터 성장하면서 일어나는 스토리인데, 마지막까지 다 보다 보면 어린 시절 풋풋함과 대비돼서 세상의 풍파를 맞아가며 삶에 찌든 한 사람의 인생에 나까지 피폐해지는 기분이었다.

 

소설 '고래'도 마찬가지였다.

세 여인.

나이로 보면 삼대.

할머니-엄마-딸로 볼 수 있겠지만 '국밥집 노파'는 금복, 춘희와 혈연관계가 아니가 그저 금복의 삶에 바뀌는 게 크게 얽혀있지만 둘이 직접 만난 적은 없다. 노파가 죽은 후 금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금복의 불행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노파였다. 

 

국밥집 노파의 이야기

얼굴이 워낙 박색이어서 결혼도 못한 노처녀는 떠돌다 대갓집 부엌살이를 한다. 대갓집 외아들은 반편이었고, 노처녀는 마님 몰래 반편이와 엉겨 붙다가 알몸으로 쫓겨난다. 이후 딸을 낳았는데, 반편이의 씨였다.

평대로 와서 국밥집을 하며 살다가 곰보를 만나 드디어 사랑이라는 걸 하려는 찰나, 곰보와 딸이 알몸으로 한 이불속에 엉겨 붙어있는 걸 보고는 곰보를 죽이고 딸은 벌 치기에게 꿀 두통에 팔아버린다.

애꾸 딸은 오랜 시간이 지난 이후 벌치기가 되어 노파가 모아놓은 돈을 빼앗으려 오지만, 딸도 건달들도 노파의 숨겨둔 돈을 못 찾고 노파는 죽는다.

이후 평대에서 노파의 국밥집에 살게 된 금복이 노파가 숨겨둔 돈을 찾고 부자가 되어 다방을 차리고 벽돌공장을 짓는다.

 

 

금복의 이야기

아빠와 단 둘이 살다가 생선장수를 따라 섬을 떠난다. 부둣가에서 생선을 말려 팔면서 몇년 생활하다가 금복이 부두가에 처음 온날 강간당할 뻔한 걸 구해준 '걱정'이라는 사내를 만난다. 힘이 세서 남들보다 3배의 일은 하는 걱정을 보며 금복은 이제 자신을 또 다른 곳으로 인도할 사람은 생선장수가 아닌 걱정이라며 걱정과 한살림 차린다.

걱정은 무식한 힘자랑으로 죽기 전까지 갔다가 몸져눕는 신세가 되고, 금복에게 '칼자국'이라는 또 다른 사내가 나타난다. 시내에서 영화를 처음으로 보여주며 동네 건달이었던 칼자국과 동침하는 사이까지 되고, 걱정을 버리고 싶지 않았던 금복은 칼자국에게 셋이 살자고 한다.

누워서 지내는 걱정은 몸이 점점 거대해지고, 어느 날 다른 방에서 칼자국과 금복이 자고 있는 걸 보곤 바닷가로 나와 자살한다. 이상한 낌새에 걱정을 따라나갔던 칼자국과 그런 칼자국을 따라나갔던 금복.

금복은 칼자국이 걱정을 죽인 줄 알고 칼자국을 죽인 후 부두가를 떠난다.

 

4년간의 떠돌이 생활. 다리 밑의 거지한테까지 몸을 내줬던 금복은 임신을 했고, 태어난 아이(춘희)는 걱정을 꼭 닮아있었다. 이미 죽은 지 4년이나 지난 걱정의 씨라는 게 말이 안 되긴 하지만 어쨌든 체격부터 생김새까지 걱정의 아이였다.

아이를 낳고 코끼리를 키우는 쌍둥이 자매와 같이 지내다가 평대로 간다. 그곳에서 국밥집 노파의 엄청난 돈을 발견하고 부자가 된다. 다방에서 벽돌에 관심이 있던 또 다른 남자를 만나며 벽돌공장을 짓고 남자는 벽돌을 만든다.

금복은 한 남자에 머무르지 않았다. 

예전에 '칼자국'이 보여줬던 영화를 잊지 못하고 노파의 돈으로 평대에 커다란 고래 모양의 대극장을 만든다.

집을 떠나 부둣가에 처음 왔을 때 봤던 그 커다란 고래는 잊지 않고 금복의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금복에게 고래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거대한 고래와 덩치 크고 힘이 센 걱정을 선택했던 것을 보면 

평상시에는 볼 수 없었던 거대한 생명체에 매료된 게 아닐까?

 

(금복이 처음 고래를 봤을 때,)

"분수처럼 뿜어 올려진 물은 달빛 속에서 은빛으로 눈부시게 흩어졌다. 그녀의 배 한복판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치밀어올랐다. 그것은 죽음을 이겨낸 거대한 생명체가 주는 원초적 감동이었다."

 

거대한 고래 극장은 평대의 상징이 되었지만, 국밥집 노파가 평생을 번 돈을 써버린 것에 대한 복수였을까?

이후 금복의 삶에서 생기는 불행에 드문드문 죽은 노파가 연결되어있다. 

마지막은 몇백 명이 들어가 있는 고래 극장 안에서 이미 죽어버린 노파가 극장의 문을 모두 잠근다. (춘희가 목격한다)

극장 안에서는 영사기사가 난로에 기름을 넣기위해 기름통을 옮기다 의자에 부딪혀 휘발유를 쏟았는데, 마침 불이났고 극장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통로는 모두 잠겨있었다.

그렇게 금복은 고래 극장안에서 죽는다.

 

춘희의 이야기

금복의 딸 춘희. 태어날 때부터 기골장대 했고, 걱정의 피를 이어받은 게 맞는지 아닌지 어쨌든 걱정만큼 힘이 세다.

벙어리라 말을 못 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다. 금복은 딸 춘희를 세심하게 보살펴주는 엄마는 아니었기에 춘희는 혼자서, 가끔은 주변 사람에 의해 약간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갔다.

쌍둥이 남매가 키우던 코끼리 옆에서 태어났고, 벙어리인 춘희는 사람들에게서 무언가를 배우는 대신 코끼리와 상상 속 대화를 하며 삶을 배워나갔다. 

엄마 금복이 금복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춘희는 금복에게 잊혀 벽돌공장에서 文에게 벽돌 만드는 법을 배운다.

 

이후 고래 극장 방화사건의 용의자로 춘희가 지목되고, 벙어리에다 자신을 대변할 줄 모르는 춘희는 그렇게 감옥살이를 한다. 감옥에서의 10년 동안 평대와 벽돌 동장은 폐허가 되었고 돌아갈 곳이 없던 춘희는 예전에 하던 대로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계속 벽돌을 만든다.

벽돌을 만들 때 공장의 인부들이든 벽돌을 사러 온 사람이든 사람들이 모였기에 또다시 사람들이 모이지 않을까 싶어서 계속 벽돌을 만들며 혼자만의 삶을 살아간다.

 

아무도 안 오던 벽돌공장에 어릴 적 팔씨름을 했던 남자아이를 만나게 된다. 이미 성인이 되어 트럭을 몰고 다니는 남자는 춘희의 벽돌을 사주고 춘희에게 필요한 식량과 옷을 구해다 주었다.

아무도 안 오던 벽돌공장에 남자가 주기적으로 찾아오게 되었다. 춘희는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고, 남자는 떠난다.

홀로 아이를 낳았지만 가장 추웠던 겨울에 아이는 죽어버린다.

다시 혼자 남은 춘희는 계속 벽돌을 만든다. 

 

춘희가 죽고 십 년이 지났을 때, 정부에서는 북에서 오는 사절단에 보여주기 식의 건물을 짓기를 원했고 건축가는 최고의 벽돌을 찾아 헤매다 춘희가 만든 벽돌을 찾아낸다.

그렇게 춘희가 죽고 난 후에야 사람들은 '붉은 벽돌의 여왕'이라 소개하며 벽돌공 춘희를 찬양한다. 

 

 

 

소설을 읽다가 그것은 OO의 법칙이었다.라는 구절이 몇 번 나왔다.

4~5번 나왔을 무렵. 아, 이건 패턴이구나.. 하면서 적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이렇게 많이 나올 줄 몰랐다.

처음 적은 게 아까워 계속 적다 보니...ㅎㅎ

나올 때마다 적은 거긴 한데, 빠진 게 있을 수 도 있음.


<그것은 OO의 법칙이었다.>

그것은 자연의 법칙이었다. 10

그것은 세상의 법칙이었다. 23

그것은 무조건 반사의 법칙이었다. 26

그것은 관성의 법칙이었다. 29

그것은 유전의 법칙이었다. 32

그것은 사랑의 법칙이었다. 35

그것은 생식의 법칙이었다. 61

그것은 화류계의 법칙이었다. 73

그것은 가속도의 법칙이었다. 85

그것은 거리의 법칙이었다. 97

그것은 사랑의 법칙이었다. 107

그것은 무의식의 법칙이었다. 116

그것은 습관의 법칙이었다. 119

그것은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었다. 120

그것은 작살의 법칙이었다. 121

그것은 세상의 법칙이었다. 129

그것은 이념의 법칙이었다. 129

그것은 거지의 법칙이었다. 130

그것은 흥행업의 법칙이었다. 136

그것은 구라의 법칙이었다. 140

그것은 진화의 법칙이었다. 147

그것은 아버지들로부터 이어진 그들의 법칙이었다. 158

그것은 관청의 법칙이었다. 172

그것은 유언비어의 법칙이었다. 202

그것은 구호의 법칙이었다. 205

그것은 만용의 법칙이었다. 209

그것은 자본주의의 법칙이었다. 220

그것은 헌금의 법칙이었다. 222

그것은 유전의 법칙이었다. 245

그것은 생명의 축복이자, 자연의 법칙이었다. 255

그것은 이념의 법칙이었다. 262

그것은 사랑의 법칙이었다. 279

그것은 경영의 법칙이었다. 286

그것은 더러운 상업주의와 영합한 플롯의 법칙이었다. 298

그것은 감방의 법칙이었다. 316

그것은 신념의 법칙이었다. 320

그것은 자본의 법칙이었다. 340

그것은 권태의 법칙이었다. 347

그것은 사랑의 법칙이었다. 347

그것은 감방의 법칙이었다. 350

그것은 독재의 법칙이었다. 351

그것은 다시 중력의 법칙이었다. 367

그것은, 오랜만에, 사랑의 법칙이었다. 379

그것은 다시, 이념의 법칙이었다. 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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